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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육아에서 무는 아이 다루는 방식 (자율성, 대응, 접근)

by @ROHA 2025. 7. 24.

아이를 안고 있는 선생님 그림

 

아이들이 또래를 무는 행동은 전 세계 부모들이 공통으로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특히 말로 표현하기 힘든 영유아기에는 이러한 신체 표현이 자주 나타나지만, 문화와 양육 방식에 따라 그 접근법은 달라집니다. 본 글에서는 일본 육아에서 무는 행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하는지를 중심으로, 한국과의 차이점도 함께 살펴보며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합니다.

일본 육아문화의 기본 철학: 자율성과 공존

일본 육아는 '자율성'과 '집단 조화'라는 두 가지 축을 기반으로 합니다. 유아기의 행동 문제에 있어서도 억압이나 강한 제재보다는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을 선호합니다. 무는 행동 역시 단순히 문제행동으로 규정하기보다는, 그 원인을 찾고 스스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돕는 접근이 일반적입니다.

일본의 보육 현장에서는 아이가 누군가를 물었을 때, 즉각적으로 혼내기보다는 먼저 상황을 차분히 관찰하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아이 스스로 말로 풀어보도록 유도합니다. 아이가 말로 표현하지 못할 경우에는 선생님이나 보호자가 “혹시 화났어?”, “이 장난감을 갖고 싶었던 거야?” 같은 방식으로 감정을 유도하고 명확히 언어화시킵니다.

이러한 접근의 바탕에는 ‘기다림의 육아’ 문화가 깔려 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존중하며, 부모나 교사는 단기간의 행동 변화보다는 장기적인 사회성 형성과 감정 조절 능력 향상을 목표로 합니다. 무는 행동이 반복되더라도, “지금은 잘 안되지만 곧 나아질 거야”라는 인내심과 신뢰를 바탕으로 지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본 어린이집의 실제 사례와 대응 방식

일본의 어린이집(호이쿠엔)에서는 무는 행동이 발생했을 때, 가해 아동과 피해 아동 모두에게 공평하게 관심을 기울입니다. 피해 아동에게는 먼저 위로와 공감을 제공한 후, 가해 아동에게도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진심으로 이야기할 기회를 줍니다. 이를 통해 아이가 죄책감이나 수치심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의 행동을 이해하도록 유도합니다.

또한, 교사는 아이가 무는 행동을 한 직후 바로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간단한 상황극이나 그림책 활동을 통해 유사 상황을 복습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무는 토끼’ 같은 유아용 책을 함께 읽고, 등장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함께 이야기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감정 이입과 이해, 표현 능력을 동시에 키우는 데 효과적입니다.

가정과의 연계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일본 보육교사는 부모와의 소통을 중시하며,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물었는지, 당시 감정 상태는 어땠는지를 자세히 기록하여 매일 가정에 전달합니다. 이를 통해 집에서도 일관된 훈육과 감정 코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단순히 ‘물었다’는 사실만 전달하지 않고, 그 맥락과 아이의 감정 변화까지 함께 전달하는 섬세함이 인상적입니다.

이처럼 일본 어린이집에서는 처벌 중심이 아닌 상황 이해 중심의 대응을 기본으로 하며, 아이의 정서 발달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무는 행동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과의 비교: 양육문화 차이에서 오는 접근법

한국과 일본 모두 아이의 무는 행동을 문제행동으로 인식하지만, 대응 방식에는 문화적 차이가 존재합니다. 한국에서는 무는 행동에 대해 빠른 중재와 훈육이 강조되며,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사회적 압박이 강하게 작용하는 편입니다. 반면, 일본은 아이의 내면 상태를 우선 고려하고,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감정에 균형 있는 접근을 시도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부모는 아이가 친구를 물면 즉각적으로 “왜 물었어?”, “안돼!”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행동을 멈추게 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다루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감정을 인정한 후, 그 표현 방식을 점진적으로 바꿔나가려는 접근을 택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자기조절력과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한국은 비교적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높아 개별 아이에 대한 대응이 어려운 경우도 있으나, 일본은 교사와 아동 간의 밀착 소통을 중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개별 행동에 대해 정서적 개입이 더 용이합니다.

한국에서도 점차 일본식 ‘공감 훈육’이나 ‘감정 언어화’ 교육이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빠른 결과를 기대하는 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인내와 기다림이 요구되는 육아 방식은 부모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접근 방식은 아이의 정서 발달과 사회성 형성에 있어 주목할 만한 시사점을 줍니다.

무는 행동은 영유아기의 대표적인 감정 표현 방식 중 하나이며, 이를 다루는 방식은 국가와 문화에 따라 차이를 보입니다. 일본은 자율성과 감정 존중을 기반으로, 아이의 내면을 중심에 둔 교육 방식으로 무는 행동을 접근하고 있으며, 이는 정서 안정과 자기조절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의 부모들도 이러한 관점을 참고하여, 처벌보다는 이해와 공감의 언어로 아이를 이끌어 가는 육아를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